[MK바이오스타 기업 탐방]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
DATE : 2018.02.28Author : 와이바이오로직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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항체 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 와이바이오로직스의 박영우 대표(사진)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. 면역관문억제제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`국산화`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.
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는 암세포를 발견하면 곧장 적군으로 인식해 공격한다. 그런데 면역세포가 비실비실해서 암세포와 잘 싸우지 못해도 몸이 고장나고, 엉뚱한 세포를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해도 골칫거리다.
이에 따라 면역세포는 강약 조절을 위한 일종의 브레이크 장치를 두는데, 그게 바로 `면역관문`이다. 문제는 브레이크가 자꾸 걸리면 면역세포 기능이 약해지거나 제때 암세포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. 이에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암 퇴치를 위해 브레이크의 오작동을 막는 면역관문억제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. 환자 본인의 면역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처럼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고, 약이 잘 들으면 최대 5년까지도 암 환자 생존기간을 늘려주기 때문이다.
박영우 대표는 "최근에는 대부분 제약사들이 개방 중인 항암제를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썼을 때 (병용) 효과가 배가되는지 시험해보려 한다"며 "그러나 외국산 면역관문억제제는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이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 병용 투여 임상을 요청하는 업체들이 줄 서 있는데 굳이 한국 제약사와 공동 연구를 할 이유가 없다"고 말했다.
이에 국내 제약사들의 임상 수요를 충족하고, 값비싼 면역관문억제제를 건강보험에 등재해 국가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.
그중에서도 `PD-1`과 `PD-L1`을 표적으로 하는 억제제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. 여러 가지 면역관문 가운데 암세포가 지닌 `PD-L1`이란 물질은 면역세포 브레이크의 일종인 `PD-1`이 발동하도록 해 면역세포를 약화시킨다. 또한 PD-L1은 암세포를 마치 면역세포인 양 둔갑시켜 면역체계를 교란한다. 박 대표는 "PD-L1을 보유한 암세포는 면역세포인 척 흉내내면서 면역세포 공격을 교묘히 피해간다"면서 "PD-1과 PD-L1은 암세포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이를 표적으로 한 억제제를 개발하면 다양한 종류의 암을 정복할 수 있다"고 설명했다. 세계적으로 PD-1과 PD-L1에 달라붙어 기능을 차단하고 면역을 정상화하는 항체 의약품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는데, 최근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에 등재된 `옵디보`와 `키트루다`가 대표적이다.
박 대표는 "2022년이면 면역 항암제 시장이 3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옵디보와 키트루다가 전체 시장의 80%를 양분하고 있다"며 "두 제품의 건강보험 등재로 국가 재정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텐데, 옵디보와 키트루다 특허가 모두 풀리는 게 2030년이라 그때까지 바이오시밀러(복제약)도 출시할 수 없다"고 말했다.
틈새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와이바이오로직스의 면역관문억제제는 특허 만료 시점 이전인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. 박 대표는 "국내에서 PD-1과 PD-L1 항체를 보유한 회사가 거의 없다"며 "올해 이들을 표적으로 한 면역관문억제제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(동물실험)에 들어간 뒤 내년께 임상 1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"라고 말했다. 이어 "공동 연구를 검토하는 제약사에서 우리의 항체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 대비 동등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전달받은 만큼 출시되면 좋은 대안이 될 것"이라고 덧붙였다.
와이바이로직스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항체 라이브러리와 고속 항체 검색 시스템을 통해 이미 PD-1과 PD-L1 항체를 발굴해냈다. 1000억개에 달하는 인간 항체 데이터베이스(DB) 플랫폼을 갖췄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. 박 대표는 "우리는 핵심 기반기술을 축으로 새로운 항체신약 파이프라인을 내놓고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개발(R&D) 중심 회사"라며 "임직원 52명 가운데 44명이 연구개발 인력"이라고 설명했다. R&D 중에서도 특히 후보물질을 찾는 연구(Research)에 특화돼 있다.
대표적인 기반기술이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다. 박 대표는 "마치 보물창고처럼 다양한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항체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고, 항체를 아웃소싱하거나 외국에서 가져온 회사들과는 차별화된다"고 말했다. 항체마다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부위가 있는데 그 구조와 모양은 가지각색이다. 마치 열쇠처럼 손잡이 모양이 같을지라도 문을 여는 데 필요한 톱니는 조금씩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.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고속 항체 검색 시스템은 어떤 항체가 어떤 항원에 가장 잘 붙고, 질병 원인물질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지 등을 파악해 최적의 후보물질을 찾아준다.
이중항체 기술인 `앨리스(ALiCE)`를 바탕으로 새로운 항체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.
최근 각광받고 있는 CAR-T 세포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한 신약이다. 면역세포인 `T세포`를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CAR-T 치료제는 높은 완치율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량 생산이 어렵고 약물의 지속 시간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. 박 대표는 "앨리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기존 항체보다 항원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원을 잡는 힘이 세지고, 약물이 혈액 속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"며 "하나의 항체로 암세포를 잡고, 다른 항체로 T세포를 활성화한다"고 말했다. 박 대표는 "이른 시일 내에 동물실험을 진행할 예정"이라고 밝혔다.
[김윤진 기자]